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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행복을 비는 마음

 예전에 링크했던 블로그가 있었다. 경제학을 공부하는 사람의 블로그였는데 내용도 그렇고 글에서 느껴지는 생활상도 그렇고 정말 공부 열심히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메인에는 자기 사진이 걸려 있었던 것 같다. 아마 본인이었겠지? 미인인데도 많이 꾸미지 않았고 그냥 공부하기에 편한 모습이었다. 나는 자기 일에 열심이거나 전문적인 사람은 굉장히 멋있다고 생각한다. 글이 너무 짧고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내용이 많아서 링크는 이내 끊게 되었지만(내가 링크를 거는 기준은 내게 글이 재미있냐는 거지 얼만큼 좋을 글을 쓰느냐가 아니다) 기억에 남는 사람이었다.

 불현이 이 사람이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해서 블로그를 찾아봤다. 그동안 대학원을 졸업하고 취업을 했다. 하지만 그런 생활상의 변화가 전혀 머리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이 사람은 약해져있었다. 글마다 힘들어했고 몹시 우울해했다.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그녀를 피곤하게 했고 자신의 바람과 다른 양상이 그녀를 힘들게 했다. 지금도 여전히 경제학에 대한 책과 논문을 읽고 글도 쓰고 있었지만 굉장히 지친 기색이었고 전처럼 집중하지는 못하는 것 같았다. 시간이 지난 만큼 공부는 깊어졌겠지만 그런 면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분명 내가 처음으로 그녀의 블로그를 알기 전에 있었던 일이었지만 그때는 말하지 않았던 자신의 상처들을 말하고 있었다. 나는 조금 혼란스러웠지만 그보단 이 사람이 힘을 냈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하지만 덧글은 달 수 없었다. 덧글을 허용하지 않고 있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나 음악가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거의 없다. 테드 창과 같이 독자에게 유의미한 내용으로 이야기를 한다면 모르겠지만 만나는 것 자체는 내게 별다른 흥미를 끌지 못한다. 내가 좋아하는 건 그들 자신이 아니라 그들의 작품이다. 이런 면에서 예외적인 게 있다면 블로그다. 블로그의 글은 작품이라기보다 그 사람이 자신에 가깝다. 이따금씩은 이 사람 한번 만났으면 좋겠다 싶은 사람도 있고 꼭 만나지 않더라고 생활이 궁금한 사람이 꽤 있다. 학창시절 자신과 친하지는 않았지만 자기도 모르게 눈길이 가던 급우처럼, 특별한 관계는 아니지만 어떻게 지내는지 정도는 알고 싶은 사람 말이다. 블로그의 글은 블로거와 분리되어 있지 않다.

 사람의 인격과 재능과 노력은 각기 별개다. 자기 분야에서 엄청난 노력을 해서 실력을 쌓았다고 해서 꼭 보답을 받는 건 아니다. 뛰어난 학생이고 취업을 잘 하고 사회적으로도 안정된 지위에 올랐더라도 남자에겐 처참하게 거절당할 수 있다. 자신의 모습을 철저하게 통제해서 인격적인 완숙미가 넘치는 사람도 취업이나 재정적인 문제로 곤란을 겪을 수 있다. 굉장히 열심히 해도 설렁설렁 하는 사람보다 못할 수도 있다. 각 분야는 별개고 개별 분야조차 공평함과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아직도 난 이런 면이 당혹스럽다. 멋진 사람들이 우울해지는 걸 보기는 괴롭다. 물론 그 사람이 보기보다 강하지 않다는 걸 안다. 수많은 단점이 있고 어떤 면은 굉장히 취약하다는 것도 안다. 내 열등감에 대한 보상심리를 투사하는 것도 알고 있다. 내게 완벽한 모습을 보여달라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냥, 그 사람들이 행복했으면 좋겠다.

by 날아라개고기 | 2010/06/17 10:37 | 잡상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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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маша at 2010/06/17 10:50
이...일빠다.(글의 내용과 상관없이 일빠라는 것에 몹시도 흥분하였다. 랄랄라)ㅋㅋㅋ
Commented by 날아라개고기 at 2010/06/17 10:53
미달난 과에 원서내놓고 합격했다고 좋아하는 거임?
Commented by маша at 2010/06/17 11:19
쉬운 것이나 어려운 것이나 매 한가지로 공을 들여야 합죠. 암암...응?ㅋㅋㅋ
Commented at 2010/06/19 23:35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날아라개고기 at 2010/06/20 20:30
첫번째 문장이 사실이라면 그건 분명 욕일 텐데...ㅋㅋㅋ
Commented by 삐삐롱스타킹 at 2010/06/20 21:43
아녜요, 칭찬이에요!!!ㅋㅋㅋ
Commented by 삐삐롱스타킹 at 2010/06/25 15:41
<더폴>봤어요! 진짜 좋아요. CG가 아니라 직접 가서 찍은 거라니! 스토리가 조금 빈약했긴 했지만,0 상영시간 조금 더 늘렸으면 괜찮았을텐데요! 주인공 애기도 정말 사랑스러워요.
Commented by 날아라개고기 at 2010/07/01 16:48
여러 모로 다시는 나올 것 같지 않은 영화죠. 유일한 아쉬움이 있다면 영화관에서 보지 못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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