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2월 29일
모든 상징이 뚜렷한 가운데 목적만이 희미하다 - <M.버터플라이>
이 영화는 과정이 꽤 험난했다. 친구에게 추천을 받고 영화를 찾았는데 이 영화 DVD가 없다. 다운을 받으려니까 영화 자체는 있는데 자막이 없네...영화야 뭐 외국 사이트 돌아다니니까 있던데 아무래도 옛날 영화고 유명한 것도 아니다보니 자막을 아무도 안 만들었던 듯. 그래서 중고 비디오로 샀다(물량에 비해 찾는 사람이 매우 적기 때문에 쉬움). 근데 집에 VTR이 없어...주변에도 없고 비디오방도 없어...그래서 비디오 껍데기만 보고 있는데 2009년에 갑자기 DVD를 낸다는 거야!! 근데 안 내더라고...그래서 포기하고 있었지. 그러다 여자친구님을 사귀게 되고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갑자기 며칠 뒤에 메일에 자막이 첨부되어서 오더라고. 레알 쩌는 검색력임. 닥치고 찬양.
대놓고 만든 영화기 때문에 미묘하고 난해하고 이런 거 없다. 복선도 굉장히 분명하다. 르네와 아내가 침대에 앉아 있는 장면에서 거울을 이용해 반대 위치를 보여준다거나, 송릴링과 당 간부와의 대화도 암시라기보단 그냥 제시에 가깝다. 서양 남자와 동양 여자의 구도. 마지막 장면이 너무 작위적이긴 한데 어쨌거나 자살로 끝나야 하기 때문에 별 도리가 없긴 하다. 그렇다고 충동적으로 자살하면 안 되니까. 르네는 상당히 전형적이고 평범한 인물이지만 송릴링을 사랑하게 되면서 극단으로 치닫는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이 작위적이긴 하지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정상적인 인물이 극단으로 가는 과정이 잘 그려졌다는 점에서 훌륭하긴 한데 진짜 잘 그려진 인물은 송릴링이다.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송릴링이 완전히 여자처럼 보이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여장남자가 쉽진 않지만 영화에서는 전혀 어렵지 않다. 영화는 캐스팅의 자유가 있고 최고 수준의 의상과 화장이 있다. 게다가 연출이 있기 때문에 여자처럼 보이도록 찍을 수가 있다. 마음만 먹으면 완전히 여자같은 외모를 만들어놓고 화장을 지우고 옷을 벗으면서 남자라는 걸 보여줄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존 론은 우락부락하진 않지만 여자라고 감쪽같이 속을 정도는 아니다. 매혹적인 화면을 만들거나 가슴에 뭘 집어넣지도 않았다. 그는 남자같지도 여자같지도 않은 인물을 연기한다. 혹은 남자인 동시에 여자인 인물을. 선은 가늘지만 기본적으로 남자인 외모에 복장과 머리는 여자처럼 하고 완벽하게 여자처럼 연기하면서 남자라는 암시를 끊임없이 한다. 여자인 줄 알았지만 남자라는 반전이 아니라 여자와 남자 사이의 어딘가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남자기 때문에 남자가 진짜 원하는 걸 해줄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동양여자에게 서양남자가 가질 수 있는 판타지를 완벽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호송되는 차 안에서는 남자인 자신도 받아들여달라고 하지. 그가 르네를 속인 건 맞다. 사실인 남자인 것도 맞다. 하지만 그의 태도에서 무엇이 진심이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는 여성지를 보면서 속이기 위한 방편이라고 변명한다. 그리고 르네에게는 지금 이 순간 무엇보다 진심이고 소중한 시간이었노라 말한다. 그리고 감옥에 있는 르네에게는 연락을 하지 않는다.
영화적 장치들은 굉장히 훌륭하다. 송릴링은 경극 배우로 나오는데 그가 말했듯이 경극에는 여자배우가 없다. 그런 그를 사랑한 것은 릴링의 말대로 그런 사실을 모르는 서양 사람의 무지의 소산이다. 문화대혁명 이후 그 극장에서는 사회주의 연극이 올라가는데 거긴 진짜 여자 배우가 나온다. 그리고 그 여자배우는 성적 매력을 전혀 풍기지 않는다. 경극에서 여자 역할을 한 남자배우는 관객을 홀릴 정도였는데도 말이다. 르네는 속고 있으면서 릴링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중국인들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예측은 맞지 않는다. 릴링은 르네를 완전히 속이고 있으면서 그에게 사랑받길 원하고 그에게 아이를 선물하길 원한다. 환상 속에서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켰다는 점에서 르네와 릴링은 완전히 같다.
문제는,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남과 여, 서양과 동양의 구도를 뒤집지만 결론은 없다. 예술에서 꼭 선언적이고 구체적인 주제가 필요하다는 말은 아니다. 보여주는 것, 제시하는 것만으로 훌륭한 작품은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색다른 무언가를 제시하는 것도 아니고 풍자하거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영화적으로 할 수 있는 많은 것을 했지만 주제 면에서 돋보인다고 말하긴 어렵다. 솔직한 감상은 어떤 실화를 바탕하고 이런 설정과 장치의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싶은 게 아니었을까 하는 것이다. 그냥 이러저러한 장치가 떠오르니까 만들어보고 싶었던 거지. 추천한 친구는 뒤집기 자체가 좋았다고 하지만 나는 뒤집기만 좋았다고 본다. 오히려 가장 훌륭했던 건 제목이다. 마담도, 무슈도 아닌 <M. 버터플라이>라니. 검색은 힘들어졌지만 영화 전체를 함축할 수 있는 제목이다.
아, 성행위까지 했는데 어떻게 남자인 걸 몰랐냐는 말을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감독이 잘 처리했다고 생각한다. 실제 사건에서도 남자는 오랜 세월 동침을 했지만 여자라고 생각했다. 확실히 비정상인데 영화에선 어떤 식으로든 그걸 말이 되게 처리해야 하잖아. 하지만 말이 안 되는 걸 어떡해...감독의 가장 훌륭한 점은 그 부분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르네는 그냥 여자라고 생각했어' 끝. '릴링은 항문이 일반인보다 앞쪽에 위치할 뿐 아니라 고환을 움직여 사타구니 사이로 들어가게 할 수 있는 특이한 신체능력의 소유자였다'보다 훨씬 깔끔하다.
대놓고 만든 영화기 때문에 미묘하고 난해하고 이런 거 없다. 복선도 굉장히 분명하다. 르네와 아내가 침대에 앉아 있는 장면에서 거울을 이용해 반대 위치를 보여준다거나, 송릴링과 당 간부와의 대화도 암시라기보단 그냥 제시에 가깝다. 서양 남자와 동양 여자의 구도. 마지막 장면이 너무 작위적이긴 한데 어쨌거나 자살로 끝나야 하기 때문에 별 도리가 없긴 하다. 그렇다고 충동적으로 자살하면 안 되니까. 르네는 상당히 전형적이고 평범한 인물이지만 송릴링을 사랑하게 되면서 극단으로 치닫는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이 작위적이긴 하지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정상적인 인물이 극단으로 가는 과정이 잘 그려졌다는 점에서 훌륭하긴 한데 진짜 잘 그려진 인물은 송릴링이다.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부분은 송릴링이 완전히 여자처럼 보이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여장남자가 쉽진 않지만 영화에서는 전혀 어렵지 않다. 영화는 캐스팅의 자유가 있고 최고 수준의 의상과 화장이 있다. 게다가 연출이 있기 때문에 여자처럼 보이도록 찍을 수가 있다. 마음만 먹으면 완전히 여자같은 외모를 만들어놓고 화장을 지우고 옷을 벗으면서 남자라는 걸 보여줄 수도 있다. 하지만 영화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존 론은 우락부락하진 않지만 여자라고 감쪽같이 속을 정도는 아니다. 매혹적인 화면을 만들거나 가슴에 뭘 집어넣지도 않았다. 그는 남자같지도 여자같지도 않은 인물을 연기한다. 혹은 남자인 동시에 여자인 인물을. 선은 가늘지만 기본적으로 남자인 외모에 복장과 머리는 여자처럼 하고 완벽하게 여자처럼 연기하면서 남자라는 암시를 끊임없이 한다. 여자인 줄 알았지만 남자라는 반전이 아니라 여자와 남자 사이의 어딘가에서 줄타기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남자기 때문에 남자가 진짜 원하는 걸 해줄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동양여자에게 서양남자가 가질 수 있는 판타지를 완벽하게 보여준다. 그리고 호송되는 차 안에서는 남자인 자신도 받아들여달라고 하지. 그가 르네를 속인 건 맞다. 사실인 남자인 것도 맞다. 하지만 그의 태도에서 무엇이 진심이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그는 여성지를 보면서 속이기 위한 방편이라고 변명한다. 그리고 르네에게는 지금 이 순간 무엇보다 진심이고 소중한 시간이었노라 말한다. 그리고 감옥에 있는 르네에게는 연락을 하지 않는다.
영화적 장치들은 굉장히 훌륭하다. 송릴링은 경극 배우로 나오는데 그가 말했듯이 경극에는 여자배우가 없다. 그런 그를 사랑한 것은 릴링의 말대로 그런 사실을 모르는 서양 사람의 무지의 소산이다. 문화대혁명 이후 그 극장에서는 사회주의 연극이 올라가는데 거긴 진짜 여자 배우가 나온다. 그리고 그 여자배우는 성적 매력을 전혀 풍기지 않는다. 경극에서 여자 역할을 한 남자배우는 관객을 홀릴 정도였는데도 말이다. 르네는 속고 있으면서 릴링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하고 중국인들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예측은 맞지 않는다. 릴링은 르네를 완전히 속이고 있으면서 그에게 사랑받길 원하고 그에게 아이를 선물하길 원한다. 환상 속에서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켰다는 점에서 르네와 릴링은 완전히 같다.
문제는,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불분명하다는 것이다. 남과 여, 서양과 동양의 구도를 뒤집지만 결론은 없다. 예술에서 꼭 선언적이고 구체적인 주제가 필요하다는 말은 아니다. 보여주는 것, 제시하는 것만으로 훌륭한 작품은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이 영화는 색다른 무언가를 제시하는 것도 아니고 풍자하거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영화적으로 할 수 있는 많은 것을 했지만 주제 면에서 돋보인다고 말하긴 어렵다. 솔직한 감상은 어떤 실화를 바탕하고 이런 설정과 장치의 무언가를 만들어보고 싶은 게 아니었을까 하는 것이다. 그냥 이러저러한 장치가 떠오르니까 만들어보고 싶었던 거지. 추천한 친구는 뒤집기 자체가 좋았다고 하지만 나는 뒤집기만 좋았다고 본다. 오히려 가장 훌륭했던 건 제목이다. 마담도, 무슈도 아닌 <M. 버터플라이>라니. 검색은 힘들어졌지만 영화 전체를 함축할 수 있는 제목이다.
아, 성행위까지 했는데 어떻게 남자인 걸 몰랐냐는 말을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감독이 잘 처리했다고 생각한다. 실제 사건에서도 남자는 오랜 세월 동침을 했지만 여자라고 생각했다. 확실히 비정상인데 영화에선 어떤 식으로든 그걸 말이 되게 처리해야 하잖아. 하지만 말이 안 되는 걸 어떡해...감독의 가장 훌륭한 점은 그 부분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르네는 그냥 여자라고 생각했어' 끝. '릴링은 항문이 일반인보다 앞쪽에 위치할 뿐 아니라 고환을 움직여 사타구니 사이로 들어가게 할 수 있는 특이한 신체능력의 소유자였다'보다 훨씬 깔끔하다.
# by | 2011/12/29 13:44 | 트랙백 | 덧글(1)



